제안은 대개 세 경로로 옵니다
무료 연재를 하다 보면 어느 날 쪽지나 메일이 옵니다. 경로는 보통 셋입니다.
- 플랫폼 직접 제안 — 연재처에서 유료화나 독점 연재를 제안
- CP(콘텐츠 프로바이더) 제안 — 매니지먼트사가 작품을 맡아 플랫폼에 유통
- 공모전 수상 — 시상과 함께 계약이 따라오는 형태
세 경로 모두 결국 계약서 한 장으로 수렴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작가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첫 제안이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져서 읽지 않고 서명하는 것입니다.
기억할 게 하나 있습니다. 제안을 했다는 건 상대가 이 작품에서 수익 가능성을 봤다는 뜻입니다.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며칠 달라고 요청한다고 제안이 철회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철회된다면, 그건 애초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계약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 전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이나 변호사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기준점: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 3종
2025년 3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 3종을 고시했습니다.
| 계약서 | 무엇을 정하는가 |
|---|---|
| 웹소설 출판권 설정계약서 | 종이책 등 인쇄 형태의 출판권 |
| 웹소설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 | 전자책·전자 유통에 대한 배타적발행권 |
| 웹소설 연재계약서 | 플랫폼 연재 조건 |
표준계약서는 강제가 아닙니다. 사업자가 자체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그래도 이걸 알아둬야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비교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받은 계약서에 표준계약서에 있는 보호 조항이 빠져 있다면, 그건 협상 항목이 됩니다. "표준계약서에는 이런 조항이 있던데 넣어주실 수 있나요"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정당한 질문입니다.
1. 무엇을 넘기는 계약인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저작권이 넘어가는지, 이용을 허락하는 것인지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 저작권 양도 — 작품에 대한 권리 자체가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이후 작가는 자기 작품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 이용허락 / 배타적발행권 설정 — 저작권은 작가에게 남고, 정해진 범위와 기간 동안 이용할 권리만 넘어갑니다
정상적인 웹소설 계약은 후자입니다. 계약서 제목이나 조항에 양도라는 단어가 보이면 그 조항이 어디까지를 대상으로 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 계약기간과 자동연장
두 번째로 볼 것은 기간입니다. 확인할 항목은 세 개입니다.
- 최초 계약기간이 몇 년인가
- 자동연장 조항이 있는가
- 해지하려면 언제 어떻게 통지해야 하는가
가장 위험한 형태는 자동연장 + 해지 통지 기한이 짧은 조합입니다. 종료 3개월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몇 년이 연장되는데, 정작 작가는 계약 종료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표준계약서는 이 문제를 두 방향에서 손봤습니다.
- 사업자는 계약 종료 통보가 없으면 계약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야 합니다
- 통보가 없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 경우, 저작권자는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받은 계약서에 이 두 조항이 없다면 추가를 요청할 만한 지점입니다. 최소한 계약 종료일을 달력에 넣어두는 것은 서명 직후에 해야 할 일입니다.
3. 2차적저작물은 별도 계약입니다
웹툰화, 드라마화, 게임화, 오디오드라마, 해외 번역 출간. 전부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영역입니다.
여기가 작가에게 가장 큰 금액이 걸리는 지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헐값에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연재 계약을 맺는 시점에는 아무도 이 작품이 영상화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알 수 없는 권리를 미리, 그것도 통째로 넘기는 계약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표준계약서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이나 대리중개는 별도 계약을 체결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도 같은 취지로 별도 계약을 권고해 왔습니다.
확인할 문장은 이런 것들입니다.
- 연재·출판 계약서 안에 2차적저작물 권리가 끼워져 있지 않은가
- 2차 사업화 시 작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가
- 수익 배분 비율이 명시되어 있는가, 아니면 "추후 협의"로 비어 있는가
- 대리중개 권한이 어디까지인가
"추후 협의"는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상력이 가장 약한 시점으로 결정을 미루는 문장입니다.
4. 정산은 확인할 수 있어야 정산입니다
계약서에서 수익 배분 비율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율만큼 중요한 것이 검증 가능성입니다. 아무리 비율이 좋아도 총매출을 확인할 수 없으면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표준계약서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산서에 다음 항목이 포함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총매출액
- 회차별 단가
- 세금 및 수수료
- 순매출액
- 실제 지급액
이 다섯 가지가 정산서에 나오는지가 실무적인 최소선입니다. 함께 확인할 것은 정산 주기와 지급일, 그리고 정산 내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과 방법입니다.
배분 구조 자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플랫폼 수수료와 CP 배분을 거치면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는 웹소설 작가 수익 구조에 단계별로 정리해두었습니다. 본인 조건을 넣어 계산하려면 수익 계산기를 쓰시면 됩니다.
5. "매절"이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매절은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관행적으로 쓰이는 말이라 같은 단어를 두고 당사자가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한쪽은 원고료를 한 번에 정산하는 이용허락으로, 다른 쪽은 저작권 양도로 이해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원칙은 이렇습니다. 계약서에 "매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 계약서는 불완전합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단어가 아니라 실질입니다.
- 저작권 양도인가, 이용허락인가
- 대상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원작만인가, 2차적저작물까지인가)
- 기간 제한이 있는가, 영구인가
- 이후 매출이 발생해도 추가 지급이 없는 구조인가
특히 신인 작가에게 "일단 매절로 하고 잘되면 다시 이야기하자"는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서에 재협상 근거가 없으면 그 약속은 문서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6. 그 밖에 자주 문제가 되는 조항
- 독점 범위 — 다른 플랫폼 연재가 금지되는지, 기간이 얼마인지
- 연재 의무와 위약 — 최소 연재 회차·주기 위반 시 페널티가 있는지
- 휴재 — 질병·사고 시 휴재를 요청할 수 있는지 (표준계약서에는 상호 협의 후 공지하도록 규정)
- 완결 후 처리 — 완결 뒤에도 계약이 유지되는 기간
- 저작인격권 — 제목·필명·본문 수정에 작가 동의가 필요한지
- 차기작 우선협상권 — 다음 작품까지 묶는 조항이 있는지
마지막 항목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 계약에 차기작 조항이 붙어 있으면 두 번째 작품의 협상력이 첫 작품 조건에 묶입니다.
서명 전 체크리스트
- 저작권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 계약기간, 자동연장 여부, 해지 통지 기한을 날짜로 안다
- 2차적저작물이 본 계약에 끼워져 있지 않다
- 정산서에 총매출·단가·수수료·순매출·지급액이 전부 나온다
- 독점 범위와 기간을 안다
- 계약 종료일을 달력에 등록했다
- 서명본 사본을 내가 보관한다
한 항목이라도 "잘 모르겠다"면 그 상태로 서명하지 마세요. 계약서를 보내온 쪽에 질문하는 것은 결례가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입니다. 무료 상담이 필요하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 상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 첫 제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니다. 검토 시간을 요청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다
- 2025년 3월 고시된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 3종이 비교 기준이 된다. 강제는 아니지만 협상 근거가 된다
- 가장 먼저 볼 것은 양도인가 이용허락인가
- 자동연장 조항과 해지 통지 기한은 서명 직후 달력에 옮겨 적는다
- 2차적저작물은 별도 계약이 원칙이다. 연재 계약에 끼워져 있으면 빼달라고 요청할 항목이다
- 정산은 비율보다 검증 가능성이다. 총매출·단가·수수료·순매출·지급액이 정산서에 나와야 한다
- 매절이라는 단어만 적힌 계약서는 불완전하다.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 명시를 요구할 것
계약 전 단계인 투고 준비는 웹소설 투고의 기술에, 계약 이후 실제로 손에 남는 금액과 세금은 웹소설 작가 세금 정리에 이어서 정리해두었습니다.
참고: 문화체육관광부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 3종(2025년 3월 20일 고시), 2차적저작물 별도 계약 체결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권고, 매절 표현 관련 계약 실무 해설. 조항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계약 시점의 최신 고시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