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쓸 때 무슨 프로그램 쓰세요?"
웹소설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올라오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답이 엇갈리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한글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스크리브너 없이는 못 쓴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메모장으로 300화를 썼다고 합니다.
셋 다 맞는 말입니다. 질문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제일 좋은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있는 건 지금 내 작업이 막혀 있는 지점이고, 프로그램은 그 지점을 뚫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순위표가 아닙니다. 먼저 도구를 층으로 나눠 정리하고, 그다음 10개 툴을 가격과 기능으로 비교합니다.
집필 도구는 세 개의 층으로 나뉩니다
프로그램 비교가 어려운 이유는 서로 다른 층에 있는 도구를 같은 표에 놓고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한글과 스크리브너를 비교하는 건 냉장고와 부엌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1층 — 타이핑 층
글자를 입력하는 곳입니다. 한글, MS Word, 구글 독스, 메모장.
여기서 필요한 건 딱 세 가지입니다. 오타 없이 빠르게 쳐지는가, 자동 저장되는가, 맞춤법 검사가 되는가. 국내 작가 다수가 한글을 쓰는 이유는 세 번째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맞춤법 검사는 아직 한컴을 따라올 도구가 많지 않습니다.
타이핑 층만으로 충분한 경우: 단편, 100화 이하 완결작, 설정이 단순한 작품.
2층 — 관리 층
회차·설정·캐릭터·복선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노벨라, 뮤블, 펜시브, 라이트메이트, 유키노 드림노트, 스크리브너, StoryBench.
장편 연재가 무너지는 지점은 대부분 여기입니다. 문장력이 아니라 기억력에서 무너집니다. 120화를 쓰다가 "이 조연 이름이 뭐였지", "이 능력 설정을 어디서 정했지", "20화에 깔아둔 그 떡밥 회수했나"에서 막히기 시작하면 타이핑 층 도구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관리 층이 필요해지는 시점: 대체로 30~50화 구간입니다. 이 시점부터 문서 파일을 위아래로 스크롤하며 설정을 찾는 시간이 집필 시간을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3층 — 보조 층
AI 문장 추천, 피드백, 아이디어 확장. 타입탁, 그리고 각 툴에 붙은 AI 기능들.
여기는 취향과 작업 방식이 크게 갈립니다. AI가 문장을 제안하는 게 도움이 되는 작가가 있고, 오히려 자기 문체를 흔든다고 느끼는 작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자기가 어느 쪽인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전체 비교표
2026년 7월 기준입니다. 가격 정책은 자주 바뀌므로 결제 전 공식 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툴 | 주 영역 | 플랫폼 | 가격 | 설정·위키 | 복선 관리 | AI | 오프라인 |
|---|---|---|---|---|---|---|---|
| 한글 (HWP) | 타이핑 | Win/Mac | 유료 (한컴오피스) | 없음 | 없음 | 없음 | 가능 |
| 구글 독스 | 타이핑 | 웹/모바일 | 무료 | 없음 | 없음 | 일부 | 제한적 |
| 노벨라 | 타이핑+관리 | 웹 | 무료 / 월 5,900~17,900원 | 있음 | 없음 | 있음 | 불가 |
| 뮤블 | 타이핑+관리 | Win/Mac/Linux/모바일/웹 | 무료 (후원) | 있음 | 없음 | 일부 | 가능 |
| 펜시브 | 타이핑+관리 | 웹/데스크톱 | 무료 (AI 유료 예정) | 있음 | 없음 | 예정 | 가능 |
| 라이트메이트 | 관리 | 웹 | 무료 시작 | 있음 | 없음 | 없음 | 불가 |
| 유키노 드림노트 | 관리 | Windows | 무료 | 있음 (강함) | 없음 | 없음 | 가능 |
| 스크리브너 | 타이핑+관리 | Win/Mac/iOS | 88,000원 (영구) | 있음 | 없음 | 없음 | 가능 |
| Campfire | 관리 | 웹 | 모듈별 과금 (전체 월 $12.50) | 있음 (강함) | 없음 | 일부 | 불가 |
| StoryBench | 관리 | 웹 | 무료 / 월 19,900~49,000원 | 있음 | 있음 | 있음 | 불가 |
개별 정리
한글 (HWP)
국내 작가가 가장 먼저 만나는 도구이고, 여전히 많은 프로 작가의 최종 원고 작업 환경입니다.
- 강점: 한국어 맞춤법 검사가 독보적입니다. 출판사·CP 제출 포맷 호환도 확실합니다.
- 약점: 설정 관리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회차가 쌓이면 파일 관리가 곧 지옥이 됩니다.
- 이런 분께: 이미 익숙하고, 설정 관리는 다른 도구로 따로 하실 분.
구글 독스
무료이고, 기기를 가리지 않고, 자동 저장과 변경 이력이 기본입니다.
- 강점: 어디서든 이어 쓸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폰으로 고치고 집에서 PC로 이어가는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 약점: 한국어 맞춤법 검사가 한글에 못 미칩니다. 문서가 길어지면 눈에 띄게 무거워집니다.
- 이런 분께: 여러 기기를 오가며 쓰시는 분, 협업이 필요한 분.
노벨라
2022년 텀블벅 펀딩으로 알려진 국산 웹 기반 집필 툴입니다. 원고 작성과 설정 관리를 한 화면에서 다룹니다.
- 가격: 무료 플랜(작품 최대 7개, 버전 기록 7일), Plus 월 5,900원, Pro 월 9,900원, Premium 월 17,900원. 연간 결제 시 4개월분 할인.
- 강점: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한국어 환경에 맞춰져 있습니다. 국내 웹소설 작가 사이 인지도가 높아 정보를 구하기 쉽습니다.
- 약점: 웹 전용이라 오프라인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 이런 분께: 원고와 설정을 한곳에서 관리하고 싶은데 영어 도구는 부담스러운 분.
뮤블 (Muvel)
에피소드·위키·메모 세 축으로 작품을 관리하는 크로스플랫폼 편집기입니다.
- 가격: 무료.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 강점: 지원 플랫폼이 가장 넓습니다. 윈도우·맥·리눅스·모바일·웹을 모두 지원하고, 설치판은 로컬 저장과 오프라인 작업이 됩니다. 설치 용량도 가볍습니다.
- 약점: 무료 후원 모델이라 장기 운영과 지원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 이런 분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관리 층까지 쓰고 싶은 분, 오프라인 작업이 필수인 분.
펜시브 (pensiv)
미국 Raum Labs가 만든 장편 특화 집필 도구입니다. 문서·플롯·캐릭터·아이디어를 각각 분리해 관리하고 서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 가격: 기본 기능 무료. AI 기능은 향후 유료 도입 예정.
- 강점: 장편 구조 관리에 초점이 명확합니다. 한국어 블로그와 가이드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국내 정보도 찾기 쉽습니다.
- 약점: 유료 정책이 아직 확정 공개되지 않아, 나중에 어떤 기능이 유료로 전환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 이런 분께: 구조 설계부터 체계적으로 잡고 싶은 장편 작가.
라이트메이트 (write mate)
인물 관계도와 플롯 구성에 초점을 둔 국산 웹 도구입니다. 인물과 사건의 연관성을 자동 추적하고, 버전 관리와 아이디어 보관함을 제공합니다.
- 가격: 무료로 시작. 유료 플랜 가격은 공식 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직접 확인이 필요합니다.
- 강점: 관계도 작성이 직관적입니다.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에서 유용합니다.
- 약점: 원고 집필 자체보다 설정 관리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유키노 드림노트
국산 무료 설치형 설정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캐릭터·국가·스킬·아이템 등을 노트로 정리하고 태그로 분류합니다.
- 가격: 완전 무료.
- 강점: 설정 정리 전용 도구 중에서는 깊이가 상당합니다. 지도 제작 등 세계관 구축 기능이 특히 강합니다.
- 약점: 윈도우 설치형이고, 원고 집필 기능은 보조적입니다.
- 이런 분께: 판타지·무협처럼 설정이 방대한 작품을 쓰시는 분.
스크리브너 (Scrivener)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편 집필 소프트웨어입니다.
- 가격: 88,000원 영구 라이선스. 구독이 아닙니다.
- 강점: 장편 구조 관리 기능의 깊이가 압도적입니다. 코르크보드, 문서 분할, 스냅샷 등 20년 가까이 쌓인 기능이 있습니다. 한 번 사면 끝입니다.
- 약점: 한글 인터페이스 품질이 좋지 않고, 한국 웹소설의 회차 단위 연재 구조를 상정하고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학습 곡선도 가파릅니다.
- 이런 분께: 영어 UI에 거부감이 없고, 구독료보다 일시불을 선호하는 분.
Campfire Writing
세계관 구축에 특화된 해외 도구입니다. 17~18개 모듈을 필요한 것만 골라 결제하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 가격: 모듈별 과금. 원고 모듈 월 $1.50, 전체 모듈 월 $12.50 / 연 $125 / 평생 $375.
- 강점: 타임라인, 관계도, 지도, 종교·철학 체계까지 세계관 모듈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 약점: 영어 전용이고, 필요한 모듈을 다 켜면 저렴하지 않습니다.
StoryBench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도구이므로, 강점만큼 한계도 분명히 적겠습니다.
- 가격: 무료 플랜(프로젝트 1개, 10화, AI 분석 월 5회), Basic 월 19,900원, Pro 월 49,000원.
- 강점: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복선 관리 열에 표시된 유일한 도구입니다. 원고에서 복선을 자동 감지해 미회수 목록으로 쌓고, 연재 발행 간격을 반영해 독자가 그 복선을 아직 기억할지 계산합니다. 캐릭터 말투·성격이 흔들린 회차를 짚어주고, 발행 전에 가상 독자단이 회차를 읽고 연독률과 하차 지점을 예측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 약점: 세 가지가 분명합니다. 첫째, 한국어 맞춤법 검사가 없어 한글·노벨라에 못 미칩니다. 둘째, 웹 전용이라 오프라인에서 쓸 수 없습니다. 셋째, 가격이 이 목록에서 가장 높은 축입니다.
- 이런 분께: 이미 100화 넘게 연재 중이거나 그 규모를 계획 중이고, 복선·캐릭터 일관성이 실제로 무너져본 적 있는 분. 반대로 단편이나 짧은 완결작을 쓰신다면 이 도구는 과합니다.
유형별 추천
| 상황 | 추천 조합 |
|---|---|
| 이제 막 시작, 첫 작품 | 한글 또는 구글 독스 하나로 충분합니다 |
| 30~80화 연재 중, 설정이 헷갈리기 시작 | 뮤블 또는 노벨라 |
| 설정이 방대한 판타지·무협 | 유키노 드림노트 + 익숙한 워드프로세서 |
| 100화 이상 장편, 복선이 꼬임 | StoryBench 또는 펜시브 |
| 구독료가 싫고 일시불 선호 | 스크리브너 |
| 오프라인 작업 필수 | 뮤블 설치판, 스크리브너, 유키노 드림노트 |
| AI 문장 보조를 원함 | 타입탁, 노벨라 상위 플랜 |
고를 때 자주 하는 실수 세 가지
툴을 바꾸느라 글을 못 쓴다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입니다. 새 도구를 세팅하고 설정을 옮기는 데 사흘을 쓰고, 그 사흘 동안 원고는 한 줄도 안 늘어납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또 다른 도구를 발견합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지금 글쓰기를 실제로 막고 있는 문제가 있는가. 없다면 도구를 바꿀 이유도 없습니다. "더 좋아 보여서"는 이유가 아닙니다.
내보내기를 확인하지 않는다
몇 년 치 원고와 설정이 특정 서비스 안에 갇히면, 그 서비스의 정책 변경이 곧 내 작업 환경의 붕괴가 됩니다. 실제로 무료로 시작한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며 기존 사용자의 작성 분량에 제한이 걸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결제 전에 반드시 확인하세요. 내 원고를 TXT나 DOCX로 통째로 빼낼 수 있는가. 빼낼 수 없다면 그 도구는 아무리 좋아도 위험합니다.
무료라서 고른다
무료 도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뮤블처럼 훌륭한 무료 도구도 있습니다. 다만 무료 서비스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늘 따라옵니다. 언젠가 유료로 전환되거나, 어느 날 조용히 종료되거나.
무료 도구를 쓰신다면 정기적으로 백업을 빼두는 습관을 함께 들이시는 걸 권합니다.
정리
도구 선택의 순서는 이렇습니다.
- 지금 내 작업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병목이 무엇인지 적어봅니다.
- 그게 타이핑 층 문제인지, 관리 층 문제인지, 보조 층 문제인지 판단합니다.
- 해당 층의 도구만 후보에 올립니다.
- 무료 플랜으로 최소 2주 써봅니다.
- 내보내기가 되는지 확인하고 결제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어떤 도구를 쓰든 매일 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도구는 병목을 뚫어줄 뿐, 원고는 결국 작가가 씁니다.
관리 층 도구를 찾고 계시다면, 그중에서도 복선 관리와 캐릭터 일관성이 실제로 무너지고 있다면 StoryBench 무료 플랜으로 먼저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결제 없이 프로젝트 1개와 10화까지 쓸 수 있고, 복선 관리가 실제로 내 문제를 푸는지 판단하기엔 충분한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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