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관리 도구를 찾는 작가는 대체로 같은 경험을 하고 옵니다.
80화쯤에서 조연의 눈동자 색이 갈색이었는지 회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앞 회차를 뒤지다가 30분이 날아갑니다. 그러다 더 나쁜 걸 발견합니다. 40화에서 "마법은 계약자만 쓸 수 있다"고 못 박아놓고, 60화에서 계약 없는 인물이 마법을 씁니다.
이미 발행된 회차입니다.
그래서 "세계관 정리 프로그램"을 검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부분 잘못된 도구를 고릅니다. 정리가 안 돼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정 관리는 사실 두 가지 다른 작업입니다
이 구분을 못 하면 도구를 아무리 바꿔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축적 — 설정을 쌓고 찾는 일
캐릭터 프로필, 지명, 마법 체계, 연표를 어딘가에 적어두고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 거의 모든 도구가 이걸 합니다. 노션도, 옵시디언도, 엑셀도, 세계관 전용 프로그램도 전부 축적 도구입니다.
대조 — 원고와 설정이 어긋났는지 확인하는 일
내가 방금 쓴 62화의 내용이 40화에서 정한 규칙과 충돌하는지 확인하는 것. 이걸 해주는 도구는 거의 없습니다.
위의 마법 설정 사고를 다시 봅시다. 설정은 이미 잘 적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60화를 쓰는 순간 그 문서를 열어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매 회차마다 설정집 30페이지를 다시 읽는 작가는 없습니다.
즉 정리가 부족해서 무너진 게 아니라, 정리된 것과 지금 쓰는 원고가 만나지 않아서 무너진 것입니다.
도구를 고를 때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나는 지금 축적이 안 돼서 힘든가, 대조가 안 돼서 힘든가.
도구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 갈래 | 대표 도구 | 축적 | 대조 | 원고와 같은 곳에 |
|---|---|---|---|---|
| 범용 노트형 | 노션, 옵시디언, 엑셀 | 강함 | 없음 | 아니오 |
| 세계관 전용형 | 유키노 드림노트, World Anvil, Campfire | 매우 강함 | 없음 | 아니오 |
| 집필 통합형 | 뮤블, 노벨라, 펜시브, 라이트메이트, StoryBench | 보통~강함 | 도구별 차이 | 예 |
1. 범용 노트형 — 자유롭지만 규율이 필요합니다
노션 (Notion)
데이터베이스와 페이지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어, 원하는 구조를 그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가격: 개인 무료 플랜으로 페이지·데이터베이스 무제한. Plus는 월 16,800원.
- 강점: 캐릭터 데이터베이스에 속성(나이, 소속, 첫 등장 회차)을 붙여 필터링·정렬할 수 있습니다. "3부에 등장하는 적대 세력 인물만 보기" 같은 조회가 됩니다. 웹소설용 템플릿도 많이 공유되어 있습니다.
- 약점: 오프라인이 약하고, 페이지가 수백 개로 늘면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그리고 자유도가 높다는 건 구조를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라, 설계가 어설프면 6개월 뒤 아무도 못 찾는 창고가 됩니다.
옵시디언 (Obsidian)
마크다운 파일을 로컬에 저장하고, 문서끼리 [[링크]]로 연결하는 도구입니다.
- 가격: 앱 자체는 무료. 기기 간 동기화(Sync)만 월 $4~5 수준의 유료. 2026년 2월부터 상업적 사용도 무료입니다.
- 강점: 100% 로컬 저장이라 서비스 종료 위험이 없습니다. 파일이 그냥 텍스트 파일이라 어떤 상황에서도 열립니다. 인물 문서에서 소속 세력 문서로, 거기서 다시 사건 문서로 타고 들어가는 흐름이 설정 탐색에 잘 맞습니다. 그래프 뷰로 설정 간 연결을 한눈에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 약점: 초기 세팅에 시간이 듭니다. 플러그인을 찾고 붙이다 보면 원고보다 도구 세팅이 재밌어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엑셀 / 구글 시트
무시할 물건이 아닙니다. 캐릭터 30명의 이름·나이·소속·특징을 한 화면에서 훑는 데는 표를 이길 게 없습니다.
- 강점: 배울 게 없고, 검색이 즉시 되고, 회차별 등장인물 체크 같은 격자형 관리에 최적입니다.
- 약점: 서술형 설정(마법 체계의 작동 원리 같은 것)에는 맞지 않습니다.
범용 노트형이 맞는 경우: 이미 노션이나 옵시디언을 쓰고 있고, 나만의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싶은 분.
2. 세계관 전용형 — 설정 자체가 즐거운 분께
유키노 드림노트
국산 무료 설치형 프로그램입니다. 캐릭터·국가·스킬·아이템을 노트로 정리하고 태그로 분류합니다.
- 가격: 완전 무료.
- 강점: 설정 항목을 규격화하는 서식과 트리 구조 정리가 잘 갖춰져 있고, 지도 제작 기능이 특히 강합니다. 국산이라 한국어 환경에서 어색함이 없습니다.
- 약점: 윈도우 설치형이라 다른 기기에서 이어보기 어렵고, 원고 집필 기능은 보조적입니다.
World Anvil
해외 세계관 구축 플랫폼입니다. 원래 TRPG 게임마스터 대상으로 출발해 작가층으로 넓어졌습니다.
- 가격: Master $6.50/월, Grandmaster $12/월(연 $105, 평생 $650).
- 강점: 연표, 지도, 계보, 백과사전 구조가 깊습니다. 설정을 공개 위키처럼 독자에게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 약점: 영어 전용이고, 한국 웹소설보다 판타지 세계관 구축 자체가 목적인 사용자에 맞춰져 있습니다.
Campfire Writing
17~18개 모듈을 필요한 것만 골라 결제하는 구조입니다.
- 가격: 모듈별 과금. 전체 모듈 월 $12.50 / 연 $125 / 평생 $375.
- 강점: 타임라인, 관계도, 종교·철학 체계까지 모듈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필요 없는 모듈은 끄고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 약점: 영어 전용이고, 모듈을 다 켜면 저렴하지 않습니다.
세계관 전용형이 맞는 경우: 설정 구축 자체가 창작의 즐거움인 분, 하이 판타지·대체 역사처럼 세계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
⚠️ 다만 솔직하게 덧붙이면, 이 갈래는 설정 놀이에 빠지는 함정이 가장 큽니다. 지도를 그리고 왕조 계보를 짜는 동안 원고는 3화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설정은 이야기에 쓰일 때만 자산이고, 안 쓰이면 그냥 시간입니다.
3. 집필 통합형 — 설정과 원고가 같은 곳에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조 문제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갈래입니다. 설정을 보러 다른 앱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으면, 실제로 설정을 볼 확률이 올라갑니다.
뮤블 (Muvel)
에피소드·위키·메모 세 축으로 구성됩니다. 원고 옆에 위키가 붙어 있는 구조입니다.
- 가격: 무료 (후원 모델).
- 강점: 윈도우·맥·리눅스·모바일·웹을 모두 지원하고 설치판은 오프라인으로 작동합니다. 무료로 이만한 통합 환경을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 약점: 후원 기반이라 장기 운영 예측이 어렵습니다.
노벨라
원고와 설정을 한 화면에서 다루는 국산 웹 도구입니다.
- 가격: 무료 플랜(작품 7개, 버전 기록 7일), Plus 월 5,900원, Pro 월 9,900원, Premium 월 17,900원.
- 강점: 한국어 환경에 맞춰져 있고 인터페이스가 정돈되어 있습니다.
- 약점: 웹 전용이라 오프라인 작업이 안 됩니다.
펜시브 (pensiv)
문서·플롯·캐릭터·아이디어를 분리해 관리하고 서로 연결하는 장편 특화 도구입니다.
- 가격: 기본 기능 무료, AI 기능은 향후 유료 도입 예정.
- 강점: 장편 구조 관리에 초점이 분명합니다.
- 약점: 유료 전환 범위가 아직 확정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라이트메이트 (write mate)
인물 관계도와 플롯 구성에 초점을 둔 국산 웹 도구로, 인물과 사건의 연관성을 자동 추적합니다.
- 가격: 무료로 시작. 유료 플랜 가격은 공식 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 강점: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에서 관계 파악이 빠릅니다.
StoryBench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도구라 강점과 한계를 함께 적겠습니다.
- 가격: 무료 플랜(프로젝트 1개, 10화, 세계관 설정 10개), Basic 월 19,900원, Pro 월 49,000원.
- 강점: 이 글의 기준으로 말하면 대조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세계관 설정과 캐릭터를 등록해두면 회차 원고를 읽고 설정과 어긋난 지점, 캐릭터 말투·성격이 흔들린 회차를 짚어냅니다. 복선은 원고에서 자동으로 감지해 미회수 목록으로 쌓이고, 발행 간격을 반영해 독자가 그 복선을 아직 기억할지까지 계산합니다.
- 약점: 세 가지가 분명합니다. 첫째, 순수한 설정 축적 기능의 깊이는 유키노 드림노트나 World Anvil에 못 미칩니다. 지도 제작도 없습니다. 둘째, 웹 전용이라 오프라인에서 못 씁니다. 셋째, 이 목록에서 가장 비쌉니다.
- 이런 분께: 설정은 이미 어딘가에 정리해뒀는데도 원고가 자꾸 그 설정과 어긋나는 분.
상황별 추천
| 상황 | 추천 |
|---|---|
| 캐릭터 10명 이하, 설정 단순 | 엑셀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
| 이미 노션·옵시디언 사용 중 | 갈아타지 마시고 템플릿만 정비하세요 |
| 설정이 방대한 하이 판타지·무협 | 유키노 드림노트, 예산이 되면 World Anvil |
| 무료로 원고+설정 통합 | 뮤블 |
| 한국어 환경, 원고+설정 통합 | 노벨라 |
| 정리는 돼 있는데 원고가 자꾸 어긋남 | StoryBench |
| 오프라인 필수 | 옵시디언, 유키노 드림노트, 뮤블 설치판 |
도구를 바꿔도 안 풀리는 세 가지
도구를 세 번쯤 갈아탄 뒤에도 같은 문제를 겪고 계시다면, 원인은 도구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설정을 너무 많이 만듭니다
쓰지 않을 설정은 관리 비용만 늘립니다. 왕국 12개의 건국 신화를 다 만들어놓고 실제 원고에는 3개만 나온다면, 나머지 9개는 앞으로 계속 관리해야 할 짐입니다.
기준: 원고에 나올 예정이 없는 설정은 만들지 않습니다. 필요해지면 그때 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설정과 원고가 다른 앱에 있습니다
앱을 하나 더 열어야 하는 마찰은 생각보다 큽니다. 마감이 급할수록 확인을 건너뜁니다. 그리고 사고는 늘 마감이 급할 때 납니다.
해결: 통합형 도구로 옮기거나, 최소한 회차 발행 전 설정 확인을 루틴에 넣으세요.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검색이 안 됩니다
설정을 아무리 잘 적어도 3초 안에 찾지 못하면 안 찾습니다. 폴더 계층이 5단계 깊이라면 그건 정리가 아니라 은닉입니다.
기준: 어떤 설정이든 검색 한 번, 클릭 두 번 안에 나와야 합니다.
정리
- 도구를 고르기 전에 내 문제가 축적인지 대조인지 먼저 판단합니다.
- 축적이 문제라면 범용 노트형이나 세계관 전용형으로 충분합니다. 상당수는 엑셀로도 해결됩니다.
- 대조가 문제라면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원고와 설정을 같은 곳에 두는 구조가 먼저입니다.
- 설정은 이야기에 쓰일 때만 자산입니다. 관리 대상을 줄이는 것도 관리입니다.
설정을 어떻게 구조화할지가 더 급하시다면 세계관 설정 정리 노하우 글에서 계층 구조 설계와 항목별 템플릿을 다뤘습니다. 이 글이 도구 선택이라면, 그 글은 정리 방법입니다.
원고와 설정이 어긋나는 문제가 이미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면 StoryBench 세계관 설정 관리가 어떻게 대조하는지 보시고, 무료 플랜에서 설정 10개까지 등록해 직접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결제 없이 대조 기능이 내 작업에 실제로 필요한지 판단하기엔 충분한 범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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